지난달 5일에 한국 수학계에 떠들썩한 소식이 들렸습니다. 바로 허준이 교수의 필즈상 수상 소식 때문이었는데요. 한국 수학자로서는 최초로 40세 미만의 수학자에게 주어지는 수학계의 '노벨상' 격인 필즈상을 수상했기 때문에 더욱 뜻깊은 소식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이를 축하하기 위해 고등과학원은 허준이 교수의 기념 및 해설 강연 시간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강연에서 허준이 교수는 수학이 서로가 서로를 지탱해주는 형태의 학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하나의 명제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이미 알고 있는 명제를 넘나들며 거듭된 추론의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인데요. 내가 가진 명제로 바로 앞에 보이는, 증명하고 싶은 명제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내가 생각한 대로 쉽게 가지 못하고 어렵고 험난한 우회로를 거쳐야지만 도달할 수 있다는 것. 이 과정을 거듭하면서 내가 어떤 직관을 가지고, 어떤 편견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나에 대해 알아갈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관계성이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사고방식을 정의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저는 이 내용을 듣고 사람과의 관계를 떠올렸습니다. 강연에 '명제'를 '사람'으로 바꾸면 더 쉽게 와닿으실 텐데요.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을 통해 쌓은 경험으로 새로운 사람을 바라볼 때는 '저 사람이 이렇겠구나, 저렇겠구나,' 하며 여러 종류의 추론을 내리기 쉽습니다. '이렇게 다가가면 저 사람에게 닿을 수 있겠구나,' 생각해 발을 떼지만 실상은 그 방법이 통하지 않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복잡하고 오랜 시간을 들여서야 그 사람에게 갈 수 있을 때도 많죠. 그리고 그 자리에서 보면 내가 생각한 추론과 상반되는 사람을 마주해 당황스러울 때도 왕왕 있습니다.
이러한 당혹스러움이야말로 내가 가진 직관과 편견이 어떠한 모습인지를 직면하는 순간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 감정을 어떻게 풀어가는지에 따라 내가 앞으로 이 직관과 편견을 그대로 가지고 살 것인지, 아니면 이러한 내 안의 경계를 뛰어넘고 새로운 사고를 받아들일 것인지가 결정됩니다. 허준이 교수는 수학에서 증명하고 싶은 추론을 풀 때도 경계를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얼마 전에 들은 또 다른 강연에서도 머리에 키우는 두 마리의 개를 조심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바로 선입견과 편견이었죠. 내가 가진 경험과 사고가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겸손함이 결국에는 난제를 풀어내는 가장 쉬운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오늘 제가 준비한 MATTER가 경계를 벗어나 다음 점으로 가는 첫걸음이 되기를 바라며,
오늘의 커머스메터를 시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