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만 여는 줄 알았더니 지갑도 열고 있었던 팬슈머
OO슈머만 생각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 단어들이 있습니다. 기존의 제품을 소비자가 직접 취향에 따라 조합하고 재창조하는 모디슈머, 친환경 소비를 지향하는 그린슈머, 자신의 가치관을 기준으로 우선순위에는 과감한 소비를 하지만 우선순위가 아닌 것에는 지갑 문을 닫는 앰비슈머, 생산에 참여하는 프로슈머 등 이미 소비자를 뜻하는 컨슈머(Consumer)와 다양한 단어들이 합성된 사례는 많이 있습니다. 여기서 팬슈머는 꽤 오래전부터 이커머스 업계의 큰 관심을 받는 소비자 형태입니다.
팬슈머는 특정 사람이나 브랜드, 물건 등을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팬(Fan)'이라는 단어와 컨슈머가 합쳐진 단어인데요. 이들은 좋아하는 브랜드나 상품,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상품의 기획과 제조 과정까지 함께 참여합니다. 이렇게 보면 앞서 간단하게 설명했던 프로슈머와 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프로슈머는 단순히 상품의 생산에만 참여한다는 점과 팬슈머는 소위 '팬심'이라는 마음으로 제품을 지지하고 서비스나 제품을 직접 만드는 초기 단계부터 마케팅까지, 다양한 과정을 함께한다는 점이 대표적인 차이점입니다.
팬슈머들로 구성된 시장에는 대표적으로 크라우드펀딩이 있습니다. 아직 출시되지 않은 제품의 설명과 이야기를 읽고 팬심으로 펀딩을 해 목표 금액을 달성하는 펀딩의 구조는 팬슈머로 인해 작동하는데요. 유통 업계에서 팬슈머가 등장하는 최근 사례로는 롯데푸드의 '돼지바'가 있습니다. 롯데푸드는 소비자가 직접 돼지바의 신제품을 기획하는 공모전을 열어 565건의 신제품 아이디어를 수집한 것이죠. 14개의 당선작 중 '돼지바 돝-짝대기'와 '돼지바 그릭복숭아'가 실제 제품으로 출시되었습니다. 롯데푸드의 해당 공모전은 모디슈머와 팬슈머를 모두 잡은 이벤트로 볼 수 있습니다.
팬슈머를 활용한 또 다른 사례로는 배스킨라빈스의 아이스크림 콘테스트가 있습니다. 2014년에도 진행해 그 유명한 '초코나무 숲'을 출시한 배스킨라빈스는 지난 3월, 4번째 콘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총 8만 명이 참여한 이번 콘테스트는 역대 최고 참여율을 기록하며 성황리에 끝마쳤습니다. 이 외에도 아이스크림 '토마토마'나 '링키바', 맥도날드의 '더블 빅맥'과 '빅맥 BLT' 등이 재출시되는 것 또한 해당 제품의 재출시를 지속적으로 요청한 팬슈머들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품의 다양한 과정에 참여하는 팬슈머들은 직접 키우고 성장을 지켜본 팬의 입장으로 브랜드나 제품을 바라보게 됩니다. 이에 따라 일반 소비자들보다 소비에 더 적극적일 뿐만 아니라 자발적인 마케팅 활동이나 후원, 제품 개선을 위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데에도 거리낌이 없습니다. 또한 팬슈머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제품은 일정 수준 이상의 인지도를 확보한 상태로 시장에 출시되기 때문에 다른 신제품보다 더 높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죠.
기업의 입장에서 팬슈머는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팬슈머를 많이 확보하는 것만으로도 기업은 꾸준한 매출을 내고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팬슈머는 기업이 강제로 만들 수 있는 집단이 아닙니다. 자발적으로 소비자가 팬이 되기를 자처해야 온전한 팬덤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기업에서는 고객이 브랜드나 제품의 성장에 참여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과정을 마련해줘야 합니다.
팬슈머의 핵심은 바로 기업과 소비자 간의 소통입니다. 적극적인 자세로 소비자의 의견과 아이디어를 듣고 이를 수용할 수 있어야 비로소 소비자가 참여한 제품이 완성되는 것이죠. 진정성을 담아 소비자 지향적인 활동을 시행해 고객의 신뢰를 얻을 때 비로소 팬덤은 완성됩니다. |